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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블랙홀의 그림자

by 나상식 2023.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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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는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블랙홀, 바로 빛조차 빨아들인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블랙홀의 모습은 모두 상상이었다. 그 누구도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다. 블랙홀의 모습이 어떨까? 오래전 세계 여러 기관 소속 천체물리학자들은 망원경을 통하여 블랙홀의 그림자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과가 공개된다. 과연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것과 같은 모습일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망원경의 자료가 모이는 데는 10월까지 기다려야 했다. 남극은 봄에 겨울에 들어서는데, 이때는 망원경의 데이터를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블랙홀의 강한 중력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현상이 포착됐을지 궁금하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까, 아니면 예상하지 못한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될까? 기대 반, 걱정 반인 밤이었다. 

2017년 봄, 전 세계의 참여자들은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다가올 데이터 처리, 영상화, 그리고 까다로운 검증 작업과 논의에 대한 걱정은 잠시 미루고, 관측을 무사히 마친 그날은 모든 것에 만족하며 편안하게 쉬었을 것이다. 

 

EHT는 전 세계 망원경 9개를 연결한 것이다. 미국 하와이주와 그린란드와 여러 다른 나라에 망원경 9개가 서로 연결돼 있다. 이것은 전 세계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 가상 망원경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것은 블랙홀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우리은하 중심부와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에 위치한 두 개의 초대형 블랙홀을 관찰할 것이다. 이것은 2000년 초부터 준비해 2017년 봄에 초대형 블랙홀에 대한 첫 공식 관측을 수행했고, 이후에는 매년 봄에 2주 기간을 정해 국제 공동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립천문학 연구기관연합인 동아시아 천문대, 미국 매사추세스공대 헤이스텍 천문대와 그 외 13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EAO 소속으로 이 프로젝트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과연 블랙홀 주변 빛으로 그림자를 관찰할 수 있을까?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어 검은 구멍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런 블랙홀의 존재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21세기 천문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모든 은하 중심에 태양의 100만 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블랙홀을 초대형 블랙홀이라고 한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사건의 지평선 외부를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하늘이나 주변에서 내뿜는 빛은 왜곡돼 블랙홀 주변을 휘감는다. 왜곡된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게 한다. 이 윤곽이 곧 그것이며 블랙홀의 그림자인데 이 이미지를 얻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초대형 블랙홀 중 일부는 사건의 지평선 외부를 벗어난 곳에서 매우 높은 온도의 밝은 테를 가지고 있거나, 자기장을 동반한 높은 에너지 플라스마를 빛의 속도와 가까운 속도로 방출하며 빛을 낸다. 

강착원반 역시 열적 복사와 함께 싱크로트론 복사를 내기도 한다. 이 대칭적인 원반 모양의 테가 내는 빛도 초대형 블랙홀 인근에서 블랙홀의 중력과 테가 가진 상대론적 속도 때문에 왜곡된 그림자를 보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블랙홀을 이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관측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이 이런 비밀 같은 이름을 가진 이유는 전파천문학 초기에 전파를 내는 천체를 별자리에 따라 나눠 밝은 순서대로 알파벳을 붙였기 때문이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블랙홀의 킈기라고 할 수 있다.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중심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의 거리다. 이 안에서는 빛도 탈출할 수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블랙홀의 질량과 반비례하지 않는다. 따라서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바깥에 놓은 강착원반이나 제트의 크게 또한 커진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태양 질량의 400만 배의 질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블랙홀은 은하 중심에 있는 태양의 60~80억 배에 이르는 초대형 블랙홀이고 이것을 주요 관측 대상으로 삼았다. 

이 두 초대형 블랙홀은 이 프로젝트로 관측할 수 있을 만큼 블랙홀의 그림자가 뚜렷하게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은하 내에 있어서 가깝고, 초대형 블랙홀은 질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거대한 크기의 전파망원경이면 블랙홀 그림자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블랙홀의 질량은 엄청난 차이가 나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도 그만큼 차이가 나지만, 태양계에서 M87까지의 거리는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까지의 거리에 비해 약 2000배 멀어서 우리가 보는 블랙홀 그림자의 크기는 초대형 블랙홀이 더 크다. 

망원경의 미미한 면적 때문에 EHT의 집광력은 일반 망원경과 비교할 수 없이 약하고, 그래서 초대형 블랙홀을 같은 밝은 구조를 가진 일반 블랙홀로 관측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망원경 상이의 거리가 촘촘하지 않아 안타깝게도 더 정확한 모습을 파악하는 데 제약이 된다. 그러나 다행히 요즘의 영상화 기술은 이런 제약 속에서도 관측한 데이터를 믿을 만한 영상으로 복원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앞에서 지구만 한 크기의 가상 망원경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성능은 지구 크기의 망원경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 망원경들이 지구 표면에 차지하는 면적이 미미하고, 망원경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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